 |
서울에서 제주까지 26개 보육원에서 모인 어린이 30명이 금강산 캠프길에 오른 버스안. 아이들은 아직은 서로가 서먹서먹한지 버스 창으로 보이는 풍경들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어색함도 잠시... 첫 일정으로 잡힌 금강산 해수욕장에서 물장구를 치며 아이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벽은 어느새 허물어 졌다.
둘째날, 새벽부터 부산하게 옷을 챙겨입고 아이들은 금강산 최고의 절경이라는 구룡연으로 향했다.
여느때 같으면 아직도 꿈나라는 헤매고 있을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TV에서나 듣던 북한 안내원들의 구수한 설명을 들으며 한걸음 한걸음 금강산을 올랐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산행길에 나선지 2시간여만에 구룡폭포의 장엄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생에 불과한 아이들에겐 조금 부담스런 산행길이었지만 땀방울이 그득한 이마에 햇빛을 받으며 찍는 사진 속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동두천에서 온 정수민(12, 가명) 양은 "구룡폭포로 등산을 했다. 올라가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올라가서 폭포를 보고 사진을 찍으니 뿌듯하고 멋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을 가본 적은 있는데 금강산 만큼 멋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등반 소감을 밝혔다.
오후에 노천탕이 있는 금강산 온천에서 또 한번 물장구를 치고난 뒤 향한 곳은 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공연장. 예쁜 한복을 차려입은 북한 교예단원의 소개로 시작된 공연을 보며 아이들은 쉴틈없이 박수를 보냈다.
광주에서 온 남궁성민(12, 가명) 군은 "공연 중 교예단원이 한반도기를 펼쳐드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며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날, 오전에 만가지 아름다운 형상들로 가득 차 있다는 만물상 등반을 마치고 이제 북한땅을 떠날 시간이 됐다. 포항에서 온 함기호(13, 가명) 군은 "금강산에 와보니 한국과 다른 점을 잘 몰랐다"며 "다음에 올 때는 북한 어린이들과도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박 3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아이들은 어느새 둘도 없는 친구가 돼 돌아오는 버스안은 재잘재잘 떠들면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이번 캠프 비용은 엘리트학생복의 전국 매장에서 쇼핑백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으로 마련됐고 지난해 울릉도, 독도 캠프에 이어 2번째 열린 행사다.
CBS사회부 임진수 기자 jslim@c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