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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논술학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선 평일은 물론 토·일요일에도 학원을 찾는 고교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평일에는 학과 공부 따라가기 바쁜 고교생들이 토·일요일을 이용해 논술강좌를 들으러 이곳을 찾는다.
지난 8일 논술과 구술면접의 반영비율을 대폭 확대한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이 발표된 뒤 다른 대학도 통합교과형 논술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장 내년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고교 2학년들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학교 논술수업만으로 통합교과형 논술을 따라갈 수 없어 대치동 학원가를 찾고 있다. 이들은 한때 내신이 중심이랬다가 다시 논술을 위주로 입시안을 바꾸는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 모두에 불만이다.
일요일인 지난 17일 대치동의 E논술학원을 나서는 이모(고2)군을 만났다.
“학교에서도 논술을 가르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방과 후 특기적성 시간에 학교 논술수업을 들어봤는데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군은 “배경지식이 부족한 교사가 국어문법 중심으로 쓰는 법만 가르치는 수업이라 배울 게 적었다”며 “논술수업은 개인의 독창성을 키워줘야 하는데도 많은 학생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다 보니 제대로 배울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인다.
고교 1학년생들은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2학년생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 변모(고1)군은 “서울대가 제시한 통합논술은 기존 논술과 크게 달라 친구들 모두가 어디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며 “통합교과형에 맞춰 가르치는 학교는 물론 학원도, 교재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변군도 학교에서 통합교과형 논술수업을 제대로 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교과를 통달한 교사만이 통합교과형 논술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데, 솔직히 우리 학교에 그런 교사가 없다”며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의존하지만 이것도 완벽하진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학교에서 통합교과형 논술수업이 불가능하다 보니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2008학년도부터 도입되는 새 입시제도에선 논술뿐 아니라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모두 중요해 고 1, 2학년생들의 부담은 더욱 크다. 이군은 “전에는 수능과 내신 둘 중 하나라도 잘하면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내신, 수능, 논술을 다 잘해야 한다고 하니 논술을 중시하는 상위권 대학에 갈 꿈을 접는 학생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 1, 2학년생의 대입 부담이 커지면서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도 덩달아 높아질 전망이다. 게다가 논술학원들은 공교육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내세워 수강료를 올릴 조짐이다.
경기 분당지역에서 논술을 가르치는 양모(35) 강사는 “서울대 입시안이 발표된 뒤 학원가에는 수강료 인상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며 “논술 수요가 커지면서 공급자 입장에서 서비스 가격을 어느 정도 올리는 일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학이 현재의 여건에서 고교들이 따라갈 수 없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만 강요할 게 아니라 고교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공교육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논술교육과 그에 따른 입시안을 함께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