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방과후학교 및 늘봄학교의 진화와 글로벌 교육 트렌드 분석_2편

2. 대한민국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의 역사적 변천과 제도적 안착

2.1. 초등 컴퓨터 교육의 태동과 방과후학교 제도의 발전 과정

1990년대 후반, 대한민국은 아날로그 산업 구조에서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는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기에 직면해 있었다.

당시 교육부는 다가올 지식 기반 사회에 대비하여 학생들의 정보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었으나, 전국 단위의 초등학교에 고사양 컴퓨터와 전용 소프트웨어를 보급할 막대한 국가 재정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국가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위기 속에서 정부가 선택한 혁신적인 대안은 민간 자본과 외부 강사를 교육 현장에 참여시키는 ‘민간참여 컴퓨터교실’ 제도의 도입이었다.

1997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된 이 제도는 정부 차원에서 외부 전문 업체에 공간을 내어주고 위탁 교육을 맡기는 최초의 체계적 민관 협력 방과후 교육 모델이었다.

이 시기의 방과후 컴퓨터 교육은 단순한 자판 타자 연습 수준을 넘어서서, 고학년을 대상으로 PC 통신을 활용한 자기 주도적 주제 학습과 열린 교육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외부 사설 학원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교내의 안전한 환경에서 최신 IT 교육을 받게 할 수 있었기에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매우 컸다.

이러한 초기 방과후 컴퓨터 교육의 저변 확대는 결과적으로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의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 확산과 맞물려 IT 강국으로 도약하는 근간이 되었으며, 오늘날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리더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인적 자원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최초로 형성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민간참여 컴퓨터교실의 성공적인 안착은 정규 교육과정 외의 시간을 공교육 인프라 내에서 소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하며 학교 내 보충 학습의 정당성을 부여하였고, 마침내 2006년 기존에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특기적성교육, 방과후 교실 등을 모두 일원화한 ‘방과후학교’ 제도를 전면 시행하기에 이른다.

방과후학교의 정책적 목표는 분명했다.

정규 교육과정을 보완하는 수준별 교과 심화 및 보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는 체험 중심의 특기 교육을 강화하며, 궁극적으로 학부모의 사교육 의존도를 공교육 체계 내로 흡수하여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종단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방과후학교의 도입은 가구 소득에 상관없이 지출액이 증가할수록 사교육비 감소에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되며 공교육의 신뢰 회복에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

2.2. 초등돌봄교실의 도입과 보육의 사회화

방과후학교가 ‘교육’의 영역에서 사교육을 대체하고자 했다면, ‘보육(Care)’의 영역에서는 사회 구조의 변화가 강력한 정책적 개입을 요구하고 있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급증하고 전통적인 확대 가족 중심의 양육 체계가 붕괴하면서, 자녀에 대한 돌봄은 더 이상 개별 가정의 책임이 아닌 국가와 사회의 존립을 좌우하는 위기 요인으로 격상되었다.

특히 초등학교 1, 2학년의 경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하교 시간이 이른 오후 1~2시에 집중되어 있어, 맞벌이 부모들에게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이 곧 ‘제2의 경력 단절’을 의미하는 심각한 돌봄 공백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저소득층 및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본격적으로 ‘초등돌봄교실’을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안전하고 편안한 교내 공간에서 전담 인력이 아동을 보호하고 간식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학부모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의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국정과제에 이르기까지, 초등돌봄교실의 지원 대상은 2013년 약 15만 명에서 2019년 약 29만 명으로 꾸준히 확대되었다.

그러나 학부모의 압도적인 수요 증가에 비해 교내 유휴 공간의 부족, 전담사 인력 수급의 한계로 인해 항상 대기 수요가 넘쳐나는 공급 부족 현상이 만성화되었다.

2.3. 분절적 체계의 한계와 늘봄학교로의 혁신적 전환

2020년대에 접어들며, 교육 중심의 ‘방과후학교’와 보육 중심의 ‘초등돌봄교실’이 학교라는 동일한 공간 내에서 물리적, 행정적으로 분리되어 운영되는 체제는 심각한 비효율을 초래했다.

두 제도의 분리로 인해 아동의 동선이 단절되고, 교사들은 이중의 행정 업무에 시달렸으며, 돌봄과 교육 중 어느 하나라도 추첨에서 탈락한 아동은 학원으로 내몰리는 사각지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타개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국가 교육책임 강화’를 천명하며, 2024년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을 통합·개선한 단일 체제인 ‘늘봄학교’를 전국 초등학교에 전면 도입하였다.

늘봄학교는 정규 수업 외에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 자원을 연계하여 학생의 종합적인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2024년 1학기 기준 약 2,800개 교에서 시범 도입을 거쳐 하반기 전면 시행된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1, 2학년을 중심으로 매일 2시간의 맞춤형 무상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돌봄 공백 해소에 주력했다. 통계청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초등 방과후 및 돌봄 교육 이용률은 50.4%에 달하여 사실상 전체 초등학생의 절반이 늘봄학교 체제 안에 편입되는 거대한 양적 팽창을 이루어냈다.

나아가 교육부는 2026년부터 기존의 학교 중심 늘봄학교를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온동네 초등돌봄·교육’으로 그 영역을 대폭 확장하는 종합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정책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1~2학년 중심의 돌봄 집중 지원을 넘어, ‘보육’보다는 ‘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들에게 사각지대 없는 방과후 교육을 중점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3학년 희망 학생 전원에게 연간 50만 원 상당의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바우처)’을 무상으로 제공하여,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학생의 프로그램 선택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

둘째, 학교 내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온동네 초등돌봄·교육협의체’를 중앙과 지역 단위로 구성하고, 지자체가 주도하는 ‘거점형 늘봄센터(온동네 돌봄·교육센터)’를 확충하여 학교와 지역 돌봄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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