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방과후학교 위탁 운영의 실태와 교육 생태계의 구조적 병폐

방과후학교 및 늘봄학교의 양적 팽창과 정책적 통합 노력 이면에는, 공교육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구조적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단위 학교와 정규 교원의 행정 업무 경감이라는 명목하에 도입된 ‘민간 위탁 운영’ 체제가 현재 통제 불능의 수준으로 상업화되고 거대화되었다는 점이다.
교육 현장에서의 편의주의가 낳은 과도한 민간 의존성은 교육의 질 하락과 신뢰도 저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3.1. 과도한 민간 위탁 비율과 공교육의 외주화 현상
현행 규정상 단위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다.
취지 자체는 교육청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바와 같이 전문성 있는 기관의 우수한 프로그램을 유치하고 교사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2024년 공식 통계에 따르면, 방과후 프로그램의 외부 위탁 비율은 전국 평균이 32.1%에 달하며, 지역별 편차는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울산이 86%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으며, 서울 76.2%, 전북 75.1%, 인천 68.6% 등 주요 대도시 및 광역권의 학교 대부분이 자율적인 교육 프로그램 기획을 포기하고 외부 업체에 사실상 공교육의 방과후 시간을 통째로 외주화(Outsourcing)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3.2. 중간 착취 구조와 강사 처우의 하락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위탁 업체가 영리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 착취’와 이에 따른 우수 강사 인력의 이탈이다.
방과후학교 위탁은 기본적으로 공공 기관이 업체를 거쳐 강사를 고용하는 간접고용(하청)의 형태를 띤다.
계약 구조상 업체는 학부모가 납부하는 수강료에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공제한 후 강사에게 급여를 지급하는데, 다수의 현장 증언과 노동조합의 문제 제기에 따르면 이 수수료율이 10~20%를 넘어 심지어 40%에 육박하는 사례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학교와 업체 간의 계약서에는 강사료 대비 업체의 취득 이익(수수료)이 투명하게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강사들은 자신이 제공한 노동의 가치를 부당하게 삭감당하면서도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방과후 강사는 과도한 업체 수수료 문제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소액의 합의금으로 무마하려는 업체의 태도에 반발하여 1인 시위와 법적 소송을 고려하는 등 교육 현장에서의 노사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이러한 착취적 구조는 필연적으로 유능한 전문 강사들이 공교육 현장을 기피하고 사교육 시장으로 빠져나가게 만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질 낮은 교육을 감수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된다.
3.3. 교재·교구 강매 및 교육 노하우의 획일화
위탁 업체의 수익 구조 다각화는 또 다른 병폐를 낳는다.
교육청 가이드라인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 시 교재를 자체 개발하여 사용함을 원칙으로 하며, 부득이한 외부 교재 사용 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도서 판매나 강매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수많은 위탁 업체들이 자사가 제작하거나 독점 공급하는 교재 및 교구를 수업에 강제로 사용할 것을 소속 강사들에게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단순한 경제적 이득 취를 넘어 교육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수년간 현장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교재와 교수법, 차별화된 노하우를 축적해 온 베테랑 강사들은 업체의 획일화된 교재 사용 강요에 굴복하거나, 이를 거부할 경우 학교에서 해고(계약 해지)를 당하는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방과후 교실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배움의 장이 아니라, 업체의 재고 교재를 소진하기 위한 획일화된 상품 소비처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3.4. 책임 회피와 사상 검증 부실 등 공공성 훼손
위탁 구조의 본질적인 맹점은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위험의 외주화’에 있다.
학교 내에서 학생 안전사고나 강사 관련 민원이 발생할 경우, 학교는 위탁 업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업체는 개인 사업자인 강사 탓으로 돌리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또한, 강사의 자질이나 교육 내용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 시스템이 붕괴하는 현상도 목격된다.
최근 인천 지역 일선 초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에 특정 이념 편향성 단체(리박스쿨 등)와 연관된 업체나 강사가 진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사건은 이러한 검증 부실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비록 교육청 조사 결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부인되었으나, “학교에서 운영하는 줄 알았던 프로그램이 전혀 알지 못하는 외부 업체 소속 강사에 의해 진행된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학부모의 토로는 민간 위탁에 대한 공교육의 통제력 상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이에 교육부는 2026년 정책 방안을 통해 강사의 교육 중립성 준수를 의무화하고 결격 사유를 신설하는 등 부랴부랴 검증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였으나, 근본적인 고용 구조의 혁신 없이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